19개월 전후의 아이가 갑자기 고집을 부리거나 이유 없이 울며 바닥에 드러눕는 등 소위 '떼쓰기' 행동을 보이면 많은 부모들은 당황하고 걱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단순히 버릇이 나빠서가 아니라, 아이가 ‘자율성’을 키워가는 발달 과정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소아 발달 심리학의 관점에서 떼쓰기와 자율성 발달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부모가 떼쓰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드립니다.
1. 떼쓰기는 자율성 발달의 신호일 수 있다
아이들은 생후 18개월~36개월 사이에 ‘자율성(autonomy)’이라는 중요한 발달 과제를 겪게 됩니다. 이는 미국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이 제시한 인간 발달 8단계 이론 중 두 번째 단계로, 이 시기의 아기는 “내가 해볼래!”,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라는 감정을 본격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 아이의 두뇌는 전두엽 기능이 서서히 발달하면서 독립성과 자기주도성이 생기고, 말도 조금씩 늘어나며 자신만의 선택과 행동을 하려는 욕구가 강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제지나 환경적 제약이 생기면 아이는 좌절감을 느끼고, 그것이 곧 떼쓰기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즉, 떼쓰기는 자율성을 갖기 위한 자기 표현의 방식이며, ‘정상 발달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혼자 밥 먹겠다", "신발은 내가 신겠다", "이거는 싫다"고 고집을 부리는 행동은 자기 주도권을 시험하는 과정입니다. 부모가 이 시기의 떼쓰기를 무조건 억제하거나 화내기보다는, 아이의 욕구를 이해하고 필요한 만큼의 선택권을 주는 것이 자율성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2. 감정 조절 능력 부족이 떼쓰기로 연결된다
떼쓰기 행동은 자율성 발달뿐 아니라 감정 조절 능력 부족에서도 기인합니다. 19개월 아이의 뇌는 아직 전두엽(자기 통제, 충동 조절 담당)이 미성숙하며, 감정과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기능이 매우 약한 상태입니다. 아이는 스스로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이를 행동으로 나타내게 되죠.
이러한 신체적·인지적 미성숙 상태는 아래와 같은 떼쓰기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바닥에 드러눕고 소리 지르기
- 장난감을 던지기
- 부모에게 손찌검하거나 때리기
- 말문이 트이지 않아 울음으로 표현하기
이 시기의 아이는 감정이 크고 빠르게 요동치지만, 이를 다스리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가 감정을 표현할 때, 부모가 “왜 그래?”, “조용히 해!”라는 말보다, “화가 났구나”, “이게 속상했구나”라고 감정을 대신 말로 표현해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처럼 부모가 감정 언어를 제공하면, 아이는 서서히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되며, 이는 자율성과 감정 조절 능력의 기초가 됩니다.
3. 건강한 자율성 vs 통제받는 아이: 장기적 차이
떼쓰기를 자율성 발달의 일환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매번 “안 돼!”, “하지 마!”, “울지 마!” 등으로 제지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아이의 정서와 행동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미국 소아과학회(AAP)와 발달심리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강조합니다:
- 건강한 자율성을 경험한 아이는 자기결정감, 문제 해결력, 감정 조절력이 뛰어납니다.
- 지속적으로 억압당한 아이는 자존감이 낮고, 이후 타인에게 의존적인 성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떼쓰기 행동을 할 때마다 부모가 감정을 억누르고 순응만 강요하면, 아이는 결국 자기표현을 포기하거나 반대로 더 강한 방식(고집, 폭력 등)으로 감정을 표출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거나 아이에게 모든 선택권을 넘기는 것도 문제입니다. 자율성 발달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적절한 통제와 선택의 균형’입니다.
예시) 아이가 옷을 입기 싫어하며 떼를 쓸 경우, “이거 입어!”라고 강요하는 대신, “노란 옷이 좋을까, 파란 옷이 좋을까?”처럼 선택지를 제한한 자율성 제공이 이상적입니다.
부모의 일관된 반응과 태도, 긍정적인 강화 방식은 떼쓰기를 줄이고 자율성을 건강하게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19개월 아기의 떼쓰기는 고집이나 버릇이 아니라, 자율성과 감정 표현 능력이 자라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아이의 두뇌 발달과 정서 성장을 이해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대응한다면 떼쓰기는 자연스럽게 줄어들며, 자율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떼쓰기 순간마다 아이의 속마음을 읽고, 선택과 감정 표현의 기회를 제공해 주세요. 아이의 자율성과 부모의 신뢰가 함께 자라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