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아기가 인형에 유난히 관심을 보이고, 끌어안거나 말을 거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단순한 놀이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바로 애착 형성과 정서 발달의 초기 단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인형 놀이를 통해 나타나는 17개월 아기의 애착 발달 징후, 부모가 해야 할 반응, 발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정리해 드립니다.
인형 놀이, 단순한 ‘놀이’가 아닌 감정의 투사
17개월 전후의 아기들은 서서히 ‘상징적 사고’를 시작하게 됩니다. 즉,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나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역할을 설정하여 놀이하는 능력이 생기는 시기입니다. 인형에게 말을 걸거나, 인형을 토닥이며 안아주는 모습은 감정 표현의 시작점이자, 자신의 감정을 외부 대상에 투사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인형에게 “자자”라고 하며 눕히거나, “밥 먹어” 하면서 숟가락을 들이미는 행동은, 자신이 경험한 일상적 상황을 재현하는 것이며 동시에 애착의 대상인 부모나 보호자의 역할을 모방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단순히 귀여운 행동이 아니라, 아기의 정서 세계가 확장되고 있다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특히 인형을 끌어안고 자거나, 특정 인형만을 찾는 경우는 ‘이행 대상(transitional object)’을 형성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행 대상은 아이가 부모와 떨어졌을 때 느끼는 불안을 완화해주는 심리적 대체물로, 애착 발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된 아이일수록 이행 대상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애착 발달의 시작, 왜 인형에 집중되는가?
인형은 아이에게 ‘말이 없고, 반항하지 않으며, 항상 곁에 있어주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아기들은 자연스럽게 인형에게 애착을 느끼고, 자신이 받은 애정을 되돌려주는 대상으로 삼기도 합니다. 17개월이라는 시기는 애착이 한 사람(보통 주 양육자)에게서 확장되어 사물이나 또래에게 퍼지기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특히 정서 표현이 급증하는 이 시기에는 아이가 느끼는 감정의 종류도 다양해집니다. 기쁨뿐 아니라 슬픔, 질투, 불안 등도 느끼기 시작하면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한 대상이 필요합니다. 인형은 이 감정을 표현하거나 투사하는 도구로서 제격이며, 말 못할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촉진제 역할을 합니다.
또한 언어 발달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인형에게 말을 거는 행동은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를 실제 상황에 적용해보는 연습이며, 이 과정에서 말의 맥락을 이해하고 감정과 결합시키는 능력이 강화됩니다. 실제로 인형을 자주 가지고 노는 아기들이 더 빠른 언어 습득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형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거나, 인형이 없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불안해한다면 부모는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인형에 의지하는지를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애착 대상은 긍정적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극단적인 불안 회피의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반응이 아이의 정서를 결정짓는다
인형에 애착을 보이는 17개월 아기를 대할 때, 부모의 반응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아이가 인형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존중해주고, 그 인형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 인형은 네 친구야?”, “아기(인형)도 배고프대?” 같은 식으로 아이의 감정과 상상 세계를 인정해주는 언어적 상호작용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아이가 인형과 상호작용하는 동안, 부모는 그 상황을 지켜보고 말로 풀어주는 방식으로 감정 언어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인형을 쓰다듬을 때 “우리 아기 마음이 따뜻하구나”, “인형이 기분 좋겠다”라고 말해주면 아기는 자신이 하는 행동에 감정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또한 부모가 인형 놀이에 함께 참여하는 것은 아기의 정서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주도권을 가지고 역할극을 펼치는 동안, 부모는 조용히 조력자로서 대화를 이어가면 좋습니다. 이때 아이의 상상력을 존중하고, 지나친 개입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단, 인형을 이용해 훈육을 하거나 협박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금물입니다. 예를 들어 “말 안 들으면 인형 뺏는다” 같은 말은 오히려 아이의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으며, 애착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17개월 아기가 인형에 보이는 관심은 단순한 흥미 그 이상이며, 감정 발달과 애착 형성의 중요한 징후입니다. 이 시기의 인형 놀이는 아기의 내면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창이자, 부모와 아이 사이의 감정적 교류를 풍성하게 만드는 매개체입니다. 아이가 보여주는 인형과의 상호작용을 소중하게 바라보고, 사랑과 지지로 응답해 주세요. 인형을 향한 그 작은 손길이, 마음의 뿌리를 키워가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